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오후, 창밖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린 시절, 내가 바라보던 세상은 얼마나 커 보였던지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오후, 창밖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린 시절, 내가 바라보던 세상은 얼마나 커 보였던지. 세상의 끝이 어디일지 모르고, 모든 것이 궁금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의 나는 나이듦을 상상할 수도 없었고, 시간이 흐르며 내가 어느새 그때를 지나온 것만 같다. 그런 나날들이 지나고 나니, 내가 살아온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쩐지 끝나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릴 적 나에게 시간이란 언제나 무한대로 느껴졌다. 학기마다, 방학마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반복되는 일상이 나에게는 끝없이 펼쳐진 여행처럼 느껴졌다. 그 여행은 언제나 다른 곳으로, 새로운 곳으로 나를 데려다줄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무한함이 점점 더 짧아지고, 나의 일상 속에선 점점 더 많은 일이 쌓여갔다. 이제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것들이 더 이상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며, 그저 무언가를 갈망하는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그 당시 내가 꿈꾸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꿈꾸던 모습이 너무나 구체적이었다. 큰 집에서 편안한 삶을 살며,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는 그런 날들을 꿈꾸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그 꿈들이 현실에 닿을 때마다 생각보다 덜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꿈꾸던 삶은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며 얻는 행복이나 의미는 대개 아주 작은 순간에 숨어 있지 않나. 큰 목표나 성취보다는 매일매일의 평범한 하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지나며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이는 그럴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삶에 대한 확신이 커지지 않느냐고.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확신을 갖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내일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미래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그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마치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아가야 하는 것처럼, 나는 내일을 향해 하루하루 걸어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의 내가 했던 생각들,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곤 한다. 그때는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중요하고,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시간은 흐르고, 모든 일은 지나가며, 그때의 나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때의 나를 추억하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기에, 나는 그 모든 순간들을 소중하게 간직하려 한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면서,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 자신도 조금씩 변해가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내가 걸어가는 길이 의미 있는 길이 될 수 있도록. 아직은 내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그날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