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너무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어느 늦은 저녁의 이야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너무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어느 늦은 저녁의 이야기  

오래된 나무 책상이 있는 방에 앉아 있으면 종종 내가 몇 살이었을 때부터 이 책상을 사용했는지 헤아려보곤 한다. 손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나뭇결 위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칼로 새긴 듯한 작은 흠집들, 더러워진 모서리, 그리고 알 수 없는 얼룩들까지. 이 책상은 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온 나만의 작은 역사다. 사람들은 흔히 삶의 의미를 묻지만, 나는 이 책상이야말로 그 물음에 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어느 날 저녁, 문득 떠오른 질문에 이끌려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바퀴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길 건너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 벤치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노부부, 그리고 이어폰을 낀 채 혼자 산책을 하는 청년까지. 저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그들 모두가 같은 시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나는 자주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썼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유명한 철학자들의 말을 곱씹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에서 느낀 것은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가는 공허함이었다. 왜냐하면 답은 항상 너무 거대해서,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업적 같은 것들만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창문 너머의 평범한 풍경 속에서 나는 아주 작은 단서를 발견했다.  

그날 저녁 나는 오랫동안 덮어 두었던 사진첩을 꺼냈다. 사진첩은 낡았지만, 그 안의 사진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생생했다. 어릴 적 가족들과 소풍을 갔던 날의 사진, 대학 시절 친구들과 밤새 웃고 떠들었던 기억을 담은 사진, 그리고 내 방의 책상 위에 놓인 첫 번째 원고와 함께 찍은 사진. 그 모든 순간은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진들 안에는 분명한 온기가 있었다.  

사진 속의 나와 현재의 나는 너무나도 달랐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웃음, 생기 가득한 눈빛, 그리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표정.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많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삶의 의미란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그 순간, 그리고 그것을 다시 내일로 이어가는 행위에 있다고 느꼈다.  

가만히 손을 들어 방 안의 공기를 느꼈다. 방의 온도,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의 따뜻함까지. 이 모든 것이 특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바로 삶을 이루는 조각들이었다. 마치 퍼즐 조각처럼 하나하나가 맞물려 나라는 존재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토록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걸까? 어쩌면 답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일상은 때로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심지어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아닐까.  

늦은 저녁, 나는 그제서야 책상 위에 펜을 들고 몇 자 적기 시작했다. 긴 글을 쓸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그 순간 느낀 것을 기록해 두고 싶었다. "오늘 나는 너무 멀리 가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다."라고. 그 문장은 마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았다.  

다 쓰고 나서야 커피잔을 들고 다시 창문가로 갔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는 가로등 불빛 아래로 희미한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일상 속의 풍경이지만, 그 안에는 내가 찾고 있던 삶의 답이 담겨 있었다. 너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어느 늦은 저녁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