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은 과연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 정해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매일의 선택을 통해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결과의 연대기일까?
어떤 사람은 운명이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연스레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도 한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어린 시절, ‘이 길이 내 운명일까?’라며 한없이 멍하니 걷던 기억이 있다. 길을 걷고 있을 때마다 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 두려움이 밀려오곤 했다. 그러나 그 두려움 속에서도 나는 한 걸음씩 나아가야만 했다. 결국 그 길의 끝에서 만날 무엇이든 그때그때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때때로 우연의 일치를 이끌어낸다. 어쩌면 그것은 운명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그 우연의 일치 속에서 나는 나름의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운명처럼 단순히 정해진 일은 아닌 듯했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던 책의 저자와 우연히 만났을 때, 그 만남이 정말 우연일까? 아마도 그 만남을 이끌어낸 것은 그동안 내가 쌓아온 작은 선택들의 결과일 것이다. 나는 항상 그 사람의 글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책을 읽고, 그 독서를 통해 나의 세계가 확장되었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우연이라 불리는 그 만남은 사실 내가 꾸준히 선택하고, 노력한 결과의 하나로 보인다.
운명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느끼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방식일 것이다. 누구나 때로는 혼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이 마치 예고된 일처럼 다가오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 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그런 순간들이 단순한 우연이라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면, 그 만남을 운명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을 어떻게 이어가고, 그 후에 무엇을 선택할지는 오롯이 나의 몫이 아닐까?
그렇다면 운명은 정말 존재할까? 내 생각에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뀌고, 그 선택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가능성을 만나게 된다.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는 과정 속에서 자주 드러난다. 우연이라 부를 수 있는 사건들이 우리가 내린 결정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선택을 한다. 그 반복되는 선택의 연대기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운명이라고 믿는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언제 시작될까? 아마도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처음부터 주어진 삶의 궤도 속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그 궤도가 우리의 마지막 선택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어가며 끊임없이 선택을 하게 된다. 부모님의 기대, 사회의 규범, 친구들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하나하나의 결정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간다. 그 길은 내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알지 못하는 곳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다. 나의 마음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결국 내가 그 길을 가는 이유가 된다.
때때로 나는 내가 정말 제대로 선택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선택의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은 나의 선택을 통해 다듬어지고, 내가 걸어가는 길을 함께 만들어간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결과를 책임지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모두 운명에 따라 살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정해졌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선택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우리가 그저 나아가는 길이 아니라, 길이 우리를 끌어가는 존재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기를 원하고, 선택을 통해 내 운명을 쥐고 나가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순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 선택이 잘못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 내가 선택한 길에 따른 결과로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운명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사건들이 만들어내는 우연의 조합 속에서 발견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매일매일 작은 결정을 내리며 살아간다. 운명이라는 말이 주는 고요한 위안은 그것이 우리에게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내가 만든 운명을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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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은 과연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 정해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매일의 선택을 통해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결과의 연대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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