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알아도 그 길을 따라가야 하는 이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알아도 그 길을 따라가야 하는 이유

하늘은 흐리다. 오늘도, 어제도 그랬던 것 같다. 비가 올 것처럼 무겁게 드리워진 구름 아래,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마음속에선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지나가지만, 그 무엇도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허공을 떠다닌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나의 선택이 올바른지, 나는 그 답을 모른 채 오늘도 걷는다.

어쩌면 사람은 모두 길을 찾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태어날 때, 어떤 특별한 경로를 정해놓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그 길을 찾아 걷기 시작한다. 그 길은 때로는 우리가 선택한 길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길일 수도 있다. 어떤 길이든 결국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가며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게 된다. 그 길이 단조롭고 평탄할 때도 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때때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고난과 장애물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질문을 던진다. 왜 내가 이 길을 가고 있는지, 이 길을 가는 것이 진짜 나의 길인지, 아니면 누구의 기대나 세상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길인지를 말이다.

길을 가면서 늘 지나치는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어떤 사람은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나와 같은 길을 걷기도 한다. 그들이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이 길이 그들 각자에게 의미 있는 길일까? 아니면 그들도 나처럼 길을 잃고 방황하는 걸까? 나는 가끔 길을 잃고 나서야 그 길의 의미를 찾는다. 그 길이 내게 주는 가르침을 알아차리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비로소 나의 길을 찾는 경우도 있다. 길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그 길이 주는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길은 결국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며, 그 길을 지나가며 우리는 성장하고 변한다.

어릴 적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무작정 뛰어다녔다. 아무런 목적 없이 내 발걸음을 내맡겼던 그 시절을 돌아보면, 그때는 오히려 내가 길을 찾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길을 찾는 것보다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어른이 되면서부터, 혹은 사회에 나가면서부터 나는 그 길을 의식하게 되었다. 목적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고, 나의 삶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게 주어진 길을 뚜렷하게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내가 길을 찾게 만드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길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저 나만의 길을 찾으려는 욕심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 길을 포기할 수도 없다. 길을 찾지 않으면, 결국 길을 잃은 채 남게 되기 때문이다. 길을 찾기 위해서 나는 나만의 방법을 시도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고 있는지 알고는 있지만, 그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아는 것만으로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없다.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 내가 그 길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만이 아니다. 길을 걸어가는 동안에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길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의 길이 다른 사람과는 다를 수 있지만, 그 길을 걸어가는 방식이나, 그 길을 통해 배우는 것들은 결국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마다 각자의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도 다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한다.

가끔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이 길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한 번 그 길을 돌아보며 생각한다. 내가 이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길을 걸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순간, 나는 조금 더 확신을 얻을 때가 많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 중요하지만, 그 바람에 휘둘려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길에서 배운 것들이 결국 나를 나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내 길임을 믿고 나아간다. 길은 멀고, 때로는 험할지라도, 결국 내가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다면, 그 길은 나에게 값진 경험을 선물할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방향을 따라가며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갈지, 그 길에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쓸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도 나는 내 길을 찾으며, 그 길 위에서 나를 만나고,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