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나는 어릴 적 동네를 떠올린다. 한여름엔 마당에서 뛰어놀며 땀 흘리고, 겨울이면 할머니 손에 이끌려 시장 구석에 있는 떡집에서 따끈한 인절미를 사 오던 기억이 자주 떠오른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나는 어릴 적 동네를 떠올린다. 한여름엔 마당에서 뛰어놀며 땀 흘리고, 겨울이면 할머니 손에 이끌려 시장 구석에 있는 떡집에서 따끈한 인절미를 사 오던 기억이 자주 떠오른다. 그 시절, 나는 세상 모든 것이 궁금했다. 온갖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나곤 했지만, 그때마다 들려주는 부모님의 답은 언제나 다정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세상을 배워 갔다.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아버지와 함께한 산책이다. 우리는 자주 동네 뒷산으로 가곤 했다. 그곳은 내가 자주 찾아갔던 작은 숲 같았다. 자연이 주는 평온함 속에서 걷는 시간은 그 자체로 특별했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흔히 나누는 대화라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걸 다 알기 전에 살아가는 게 인생이지”라는 아버지의 말이 아직도 내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

그 말의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게 다가왔다. 어렸을 땐 그저 아버지의 말처럼 들렸지만, 이제는 그 말이 얼마나 깊은 뜻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은 늘 변화한다. 우리는 그것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그 변화 속에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저 주어진 순간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여전히 어릴 적 동네에서 자주 만났던 사람들과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어쩌면 그 시절이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세상의 모든 것에 순수하게 열려 있었고, 그 순수함 덕분에 지금의 나도 여전히 많은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여전히 그 어린 시절의 나와 함께하는 것 같다.

이제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삶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엔 당연하게 느껴졌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감사하게 여겨진다. 부모님과의 대화, 친구들과의 추억, 그 모든 순간들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때의 작은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 내가 살아온 삶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고, 앞으로도 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모든 것이 지나고 나면 우리가 가진 것은 결국 그 기억들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 동네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소소한 일상, 그리고 그 일상이 내 마음속에 남아 언제든 떠오르는 것들. 그 기억들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된다. 비록 지금은 그 동네와 사람들, 그때의 시간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모든 것은 나에게 변치 않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때처럼 순수하게 세상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삶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우리는 그 속도에 맞춰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은 잠시 멈추어 서서 그 시절의 나처럼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살아가고 싶다. 세상을 알아가는 일은 정말로 끝이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마음을 열어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내가 가졌던 어릴 적 순수함과 호기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잃어버리는 것 같지만, 그 마음만큼은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삶의 의미는 그저 살아가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끼며, 그 경험을 토대로 다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또 그 성장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