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바람
어느 날 오후, 나는 혼자 공원에 갔다. 평소와 달리 사람들은 드문드문, 공원은 한적했다.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바람은 유난히 상쾌했다. 이른 가을의 풍경은 언제나 내 마음을 한껏 풀어 놓곤 했다. 나무들은 조금씩 색을 바꿔가고, 공원에 피어 있는 꽃들은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더욱 화려하게 꾸미는 듯 보였다. 나의 발걸음도 자연스레 천천히 옮겨갔다.
내가 좋아하는 공원의 작은 호수 주변을 거닐다 보면, 종종 덤불 속에서 뛰어다니는 작은 동물들이 눈에 띄곤 한다. 그날도 다람쥐 한 마리가 작은 나뭇가지를 물고 바쁘게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잠시 모든 생각을 내려놓았다. 그 작은 생명체가 마치 나의 삶을 대변하는 듯,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쓰며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순간을 좋아한다. 아무 생각 없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길게 뻗은 나무 그늘에 앉아, 나는 손을 풀어 바람을 맞았다. 바람은 마치 나를 부드럽게 감싸는 것 같았다. 그날의 바람은 특별히 내 마음을 울렸다. 어떤 강한 감정도, 어떤 복잡한 생각도 없이, 그저 바람을 맞고 있을 때 느끼는 그 평화로움이 내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던 작은 그리움이나 아쉬움들이 떠오르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바람을 맞는 순간마다 마음이 한없이 여유롭고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그날, 나는 잠시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된 기분을 느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명들과 나는 그저 한순간의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사실이 내게는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어쩌면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다시 하나로 연결되는 것 같다. 그런 감정을 느끼며, 나는 바람에 실려온 풀잎의 냄새와 함께 숨을 깊게 들이켰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자꾸만 바람을 찾게 된다. 사람이 많고, 정신없고,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나는 바람이 부는 곳을 찾는다. 그곳에서 나만의 고요함을 찾고,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본다. 사람들은 종종 바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바람은 언제나 우리의 주변을 감싸고 있다. 내가 바람을 느낄 때, 그것은 내가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람은 나에게 단순한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닌, 내 삶의 중요한 동반자처럼 느껴진다.
사실 나는 바람처럼 사는 사람을 꿈꿔본 적이 있다. 바람처럼 구속되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살기란 쉽지 않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때때로 바람처럼, 아무 걱정 없이 세상을 떠도는 상상을 한다. 그 상상 속에서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내가 바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자유로움에 있다. 바람은 언제나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고 싶은 대로 흐른다. 그것은 아무런 제약 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존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그처럼 되고 싶다. 그런 자유를 꿈꾸며, 나는 오늘도 바람을 맞는다.
그날의 바람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한 번 내일을 기약한다. 매일의 삶 속에서 바람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바람이 부는 곳에 나가, 나만의 고요함을 찾고,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그렇게 나아가면 언젠가 바람처럼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람은 그렇게 내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가 되었다.
카테고리 없음
그날의 바람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