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나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나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요즘 들어 나는 자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물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나는 점차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잃어버린 감정과 기억들, 그리고 그 사이에 놓여 있는 작은 행복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은 더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되고, 그만큼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욕망도 커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가을은 어딘가 쓸쓸하지만, 그 안에서 깊은 위로와 평온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나는 문득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의 나는 아주 소소한 것들에 기뻐하고, 작은 일에도 슬퍼하곤 했다. 그런 순수한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라졌고, 대신에 복잡한 생각들과 걱정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의 나는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그 단순한 기쁨을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내가 그렇게 쉽게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무엇 하나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 중 하나는 바로 그때의 마음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걱정하고,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본의 아니게 마음의 여유를 잃고, 감정을 소홀히 대하게 된다. 어느새 나는 내 감정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그 흐름에 휘둘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감정을 억누르거나, 그 감정들이 나에게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감정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들 수는 없다. 다만, 내가 그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것에 따라 나의 삶은 달라진다. 그래서 가끔은 그 감정들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을은 그 자체로 치유의 계절이다. 짧은 낮과 긴 밤이 반복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이 시기에 걸맞은 풍경을 떠올리며 그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 내 마음도 조금씩 흔들린다. 가을은 나에게 그런 시간을 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냥 느끼고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우리는 때로 어떤 생각에 갇혀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지만, 가을은 그런 우리에게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위로를 준다.

그 위로는 단지 시간을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위로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잃어버린 것들이 다시 내 손에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잃어버린 기억, 잃어버린 감정, 잃어버린 시간. 그것들은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되어 다시 나에게 말하고 있다. 나의 삶은 아직도 그 잃어버린 것들로 채워져 있으며, 그것들은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중요한 지침이 된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내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기쁨과 슬픔은 이제 성숙된 감정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감정들은 내가 겪어온 수많은 순간들과 얽혀서 나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나는 길을 걷다가 그때의 감정을 잠시 되살릴 수 있었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다. 지나가는 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내 마음속에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나는 어린 시절에 느꼈던 그 작은 기쁨을 되찾은 것 같았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였다. 그렇게 가을은 또 한 번 내게 작은 위로를 선사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잃어버린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지만, 동시에 그 안에 묻혀 있던 순수한 감정들을 다시 꺼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가을이 내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 잃어버린 것들을 걱정하지 말고, 그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으라는 것. 그러면 우리는 비로소 더 온전한 나 자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